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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레벨 퍼포마 F328Be 스피커
  • 작성일  2022-06-30
  • 조회수  3226

 

Revel Speaker F328Be
 

 

 

레벨 스피커는 하만 럭셔리 그룹 소속으로 가장 최상위에 위치한 스피커 브랜드다. 레벨 브랜드의 런칭을 주도한 스피커 디자이너 케빈 벡스(Kevin Voecks)는 1980년대 중반부터 스넬 어쿠스틱스의 스피커를 설계하면서 캐나다의 National Research Council의 음향 연구 장비를 활용해 스피커 측정치와 음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나중에 하만 그룹이 마크레빈슨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이와 매칭할 스피커 브랜드를 고민하게 된다.

케빈 벡스의 회고에 따르면 당시 최고의 앰프 브랜드로 손꼽히던 마크레빈슨과 어울릴만큼 기술적으로 뛰어나면서 하이엔드의 소울을 지닌 스피커 브랜드는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하만이 만든 바로 두 번째 브랜드가 레벨이다. (그 전까지 하만이 직접 런칭한 유일한 브랜드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Harman Kardon이었다.)
이후 하만 그룹은 자동차 전장 사업 분야에서의 선도적인 위치에 주목받아 삼성 그룹에 인수되었는데, 하만의 많은 카 오디오 브랜드 중에서 레벨 스피커가 포드의 럭셔리 브랜드인 링컨 차량에 탑재되어 역시 좋은 평판을 듣고 있다.



퍼포마 Be시리즈 

레벨은 최상위 브랜드라고는 하지만 울티마-퍼포마Be-퍼포마3-콘서타2-콘서타a로 하이엔드에서부터 엔트리급 라인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는 울티마-퍼포마 시리즈로만 나눠져 있었고, 퍼포마는 코스트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철저한 중급 라인업이었다. 울티마 스피커는 스테레오파일의 클래스A 스피커로 선정되었고 퍼포마 시리즈의 스피커들 역시 음질로는 상당히 우수하다는 평판을 받았다.  다만 독특한 외관 디자인이나 마감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생각만큼 주목을 받지 못한 것 같다. 홈시어터 서라운드 시스템에 어울린다는 분위기가 있어서 고급스럽고 독특한 감성을 중시하는 음악 애호가들에게 약간 거리감을 준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베릴륨 트위터를 탑재한 퍼포마 Be 버전이 출시되면서는 오디오매니아들에게도 어필할만한 제품으로 리뉴얼되었다고 본다.
 

퍼포마 Be 시리즈는 F328Be 스피커를 필두로 해서 8인치 더블 우퍼의 F228Be, 6.5인치 더블 우퍼의 F226Be, 6.5인치 싱글 우퍼 북셀프 스피커인 M126Be, 마지막으로 C426Be 센터 채널 스피커로 구성되어 있다. 서브우퍼로는 퍼포마3 시리즈의 10인치 우퍼를 탑재한 B110v2와 12인치 우퍼를 탑재한 B112v2 두 개 모델이 있다.
 하얀색으로 보이는
 유니트의 진동판은 알루미늄에 세라믹을 코팅한 재질로 DCC(Deep Ceramic Composite)라는 이름을 붙였다. 섬세한 신호에 민감하게 움직일만큼 가벼우면서도 진동에서 왜곡을 발생시키지 않을만큼 충분한 강성을 확보했다. 
 

 

퍼포마 Be 시리즈를 설계를 주도한 인물은 레벨의 현 수석 엔지니어인 마크 글레저(Mark Glazer)다. (오른 쪽 사진 왼쪽. 사진 출처 revelspeakers.com)
마크 글레저는 캐나다 출신으로 몬트리올에 위치한 콘코디어 대학에서 전기 공학을 전공했으며, 스피커, 크로스오버, 드라이버, 인클로저 디자인 개발과 제조 분야에서 무려 35년의 경력을 갖는 베테랑 엔지니어이다. 하만 인터내셔널에서는 인피니티 스피커를 시작으로 만 31년째, 레벨은 96년부터 참여해 살롱2와 스튜디오2, 그리고 퍼포마와 콘센트라의 개발을 주도했다.

여담이지만, 하만 럭셔리 그룹에 소속되기 이전 마크레빈슨 브랜드를 소유했던 마드리갈 오디오 사장이었던 마크 글레지어(Mark Glazier)와 그 이름이 비슷해서 두 사람을 혼동하기 쉽다. 창업주 마크레빈슨 대신에 90년대 마크레빈슨 브랜드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경영자다. 마크 글레지어의 근황도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 현재는 위즈덤 오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F328Be 제품소개

F328Be는 퍼포마 시리즈의 최상급 기종이
다. 스테레오파일 2019년도 '올해의 스피커 상'을 수상한 F228Be 스피커의 1인치 트위터, 5.25인치 미드레인지, 8인치 더블 우퍼에 우퍼를 추가한 트리플 우퍼 사양이다. 퍼포마 F228Be 스피커는 완전히 새로운 스피커라기보다는 퍼포마3 시리즈의 F208 스피커를 개선한 느낌이 드는데, 여기에 우퍼 유니트를 더한 점에서는 울티마 시리즈의 살롱2와 스튜디오2의 관계와도 같다.
이렇게 유니트를 늘리게되면 각각의 드라이버 유니트에 걸리는 부담을 낮춰 왜곡이 줄어들고, 저역 응답의 한계와 다이내믹스를 향상시킬 수 있다.

물론 싱글 우퍼에 비해서는 앰프의 전기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F328Be도 200Hz에서 약 3옴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출력이 있는 앰프를 물려줄 필요가 있다. 대신에 91dB라는 무난한 출력 효율을 얻어냈다.
 
이렇게 효율을 높이게 되면 그만큼 저음의 익스텐션에서 타협하는 것은 필연적인 트레이드 오프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스펙상으로는 24Hz (-10dB)이고 26Hz (-6dB), 그리고 35Hz (-3dB)인데, 이 정도 사이즈 스피커의 트리플 우퍼에서 기대하는 것과는 약간 다른 결과라고 본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음악 감상에는 충분한 수준이고, 홈시어터의 초저음 효과음향에는 서브우퍼를 추가하여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레벨 스피커의 캐비닛은 대단히 육중하고 마감이나 만듦새가 품위 있어 보인다. 트리플 우퍼가 서로에 간섭을 주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 
위 사진에서 보듯이 보강재를 각각의 드라이버 유니트 사이에 배치하고 서로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신경 썼다. 그 때문에 스피커 무게도 51킬로그램이나 나간다. 
 

  

레벨의 블라인드 청취 테스트 시청실 : 퍼포마 Be F328Be, 퍼포마3 F208, 울티마 살롱2 스피커가 보인다. (출처 : 유튜브 캡처)



아랫모델인 F228Be 모델은 전면에 포트를 하나 두었으나 F328Be의 경우 포트를 후면에 배치하고 2개로 강화했다. 그만큼 저음 보강 효과를 더 기대했을 테지만, 후면 포트의 특성상 설치 공간의 음향 특성에 많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크로스오버 포인트는 240Hz와 2.1kHz인데 우퍼와 미드레인지의 연결 지점이 F228Be 모델의 210Hz와 약간 차이가 있다. 
레벨 스피커의 네트워크는 4차에 해당하는 고차 크로스오버 사양으로 24dB/oct라는 가파른 슬로프를 구현했다. 이렇게 하면 각각의 유닛이 겹쳐서 재생하는 대역이 최소화되는 셈인데, 케빈 벡스에 따르면 흔히 사용하는 1차나 2차 크로스오버는 오프 액시스의 응답 특성이 나빠지는 문제가 있고, 결과적으로 음색을 왜곡시키게 된다고 한다. 

순수 오디오 애호가들은 혼자서 스피커
가운데에서 들으면 되니까 오프 액시스 특성을 크게 중요하지 않게 생각할 것 같다. 그것도 맞는 이야기지만 모든 스피커의 각도를 일일이 맞출 수 없는 서라운드 시스템에서는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레벨 스피커는 다른 하이엔드 스피커 브랜드와 달리 멀티 채널 사운드가 주목받던 시점과 런칭 시기가 겹친다. 때문에 처음 컨셉트부터 그에 대응하는 음향적인 특성과 디자인을 갖도록 만들어졌다. 다수의 스피커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카오디오에서 레벨의 스피커가 특별한 호평을 받는 것도 레벨의 서라운드 사운드에 대한 통찰력이 그 배경이 되었다고 본다.

스테레오파일과 오디오사이언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실측 결과들은 F328Be 스피커의 매끄러운 응답 특성, 90dB이상의 높은 감도, 뛰어난 지향성 특성, 큰 음량에서도 왜곡이 발생하지 않는 점을 격찬하고 있다.

이번 퍼포마Be 시리즈는 만듦새와 마감이 좋은데, Gloss White, Gloss Black, Metallic Silver, Gloss Walnut 네 종류의 마감을 선택할 수 있다. 


감상
HMG 시청실에서 황문규 대표님의 선곡과 시연을 통해 들었고, 연결된 시스템은 에어 MX-R 파워앰프와 MQA 파일 재생이 가능한 메리디언 818V3 프리앰프 겸 DAC, 오렌더 N20 뮤직서버의 조합이었다. 이미 울티마 시리즈의 살롱2나 스튜디오2에서 레벨의 베릴륨 트위터의 음색에 익숙해져 있지만, F328Be는 확실히 더 새로운 세대의 제품인만큼 모든 소리를 더 산뜻하고 생생하게 들려줬다.

Tommee Profitt의
 'Wake me up'에서는 고역이 열려 있고 중역대의 울림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캐리의 'My All'도 섬세하면서도 울림이 아주 좋았고 처음에 작은 음량에서 속삭이던 보컬이 점차 고음에서 파워풀하게 치고 나올 때에도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게 표현되고 귀에 부드럽게 다가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AKMU의 'How can I love the heartbreak, you`re the one I love'에서도
 공간감이나 울림이 풍부해서 연주되는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목소리를 두틈하고 포근하며 실재감있게 들려주는 점이 좋았다. 반주 기타의 소리는 세라믹 코팅 진동판을 사용한 스피커들의 독특한 울림이 살짝 느껴지지만 전혀 거슬리지 않게 잘 다듬어져있었다. 

저음 테스트로는 빌리 아일리쉬의 '& Burn'를 들어봤는데, 역시 최신 음원들의 디테일과 해상도를 잘 들려주도록 만들어진 스피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음도 울티마 살롱2처럼 무겁고 단단한 느낌 대신에 산뜻하고 깔끔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연결된 앰프가 편안하게 풀어놓는 스타일이다보니 다른 매칭으로 저음의 특성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콜로프가 연주하는 '베토벤 소나타 No.3 in C major'는 피아노의 울림이 풍부하게 담긴 음원인데 이 스피커에서는 그런 장점이 최대화되어 콘서트홀에서처럼 생생한 소리를 듣게 해준다. 역시 중역대의 응답 특성이 우수해서 
피아노의 소리가 오르내릴 때에도 전혀 응답이 변화하지 않고 매끄럽게 표현해준다.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도 섬세한 다이내믹스와 디테일 재생, 그리고 라이브 공연의 현장감이나 생생함이 만족스러웠다. 음색이나 해상도에서 다른 스피커에서 듣던 것에 비해 최신 스피커다운 수준높고 세련된 소리로 들려주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황대표님께선 전반적으로 이 스피커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선곡으로 들려주셨는데, 전반적으로 섬세하다는 점, 그리고 서라운드사운드로 듣는 것처럼 감상자가 스피커의 소리 속에 둘러싸이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이 부분은 개선된 웨이브 가드나 중고역대의 매끄러운 응답 특성 덕도 보았을 듯 하다.

그리고 HMG 시청실이 일반 가정환경과 달리 스피커 좌우에 모두 벽이 있어서 스피커의 일차 반사음이 폭 넓게 확산되었던 이유도 있을 것이다.

스피커가 추구하는 비전이 뚜렷한만큼 거실 같은 가정 환경에서 사용하더라도 다른 스피커들에 비해 대단히 
사실적인 무대감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홈시어터 시스템의 '메인플레이어'로 F328Be를 선택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결론
 

F328Be 스피커는 깨끗하고 투명한 
사운드스테이지와 제한 없는 다이내믹스, 최고수준의 매끄러운 밸런스를 자랑한다. 기존 퍼포마 시리즈의 음악 재생 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으며, 레벨 스피커가 지향하는 새로운 사운드의 길을 제시한 제품이라고 보여진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스피커인 만큼 재생 장르를 가리지 않으며, 여기에 만일 영화 감상까지 생각한다면 여전히 가장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음향적으로 잘못된 스피커를 여러 대 중복해서 들여놓으면 그 결과는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스테레오 환경에서조차 처음부터 잘못된 스피커를 들여놓고 나면 앰프 전원 내리는 것 말고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스피커인지 아닌지 실제로 파악하려면 앰프 매칭에 대한 많은 시도와 함께 상당한 청취 시간이 필요하다. 겉에서 좋아보인다고 덜컥 들여놓으면 굉장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하이엔드 스피커 구입 전에 제작자나 브랜드에 대한 지식과 믿음이 반드시 필요하다.

브랜드 런칭 때부터 측정 테스트와 청취 테스트의 조화를 추구해 온 레벨은 언제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스피커를 만들어왔다. 이번 퍼포마 Be 시리즈 역시 압도적으로 낮은 왜곡과 평탄한 주파수 특성으로 기술적 특성의 정점에 도달했고, 많은 리뷰어들과 매거진에서 격찬을 받았으며, 실제 오디오파일들의 귀에서 그 가치를 검증 받을 일만 남았다.

퍼포마 스피커들은 발매 이래 줄곧 완성도가 상당히 높았으나, 새로운 퍼포마 Be 시리즈는 기존 플래그십인 울티마 시리즈를 실질적으로 상회하는 성능으로 고급 하이엔드 스피커로서의 새로운 영역을 추구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가격표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향후에 울티마 시리즈 스피커들을 대폭적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면 새로운 퍼포마Be 라인업을 럭셔리 하이엔드 스피커로 새롭게 포지셔닝하는 것도 이해할 만한 일이긴 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많은 긍정적인 부분들을 발견하긴 했지만, 그 매력을 완전하게 확인하기엔 다소 시간이 부족했다. 

추후에 다른 필자 분들과 함께 테스트해보고 결과를 올릴 예정이다. (박우진) 


 

 

출처: 하이파이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