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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 "JBL 스피커의 역사를 보면 미국 현대사가 보이죠"
  • 작성일  202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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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피커 브랜드 JBL를 다룬 '사운드 오브 재즈: JBL 스토리'를 펴낸 오디오평론가 이종학씨는 "JBL의 역사는 미국 오디오 산업이 어떻게 사회, 문화의 변화와 맞물려 성장했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JBL이라는 브랜드의 스피커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JBL의 창업자 제임스 랜싱의 비극적인 인생에 연민을 느꼈습니다. 뿐만 아니라 JBL의 역사를 통해 미국 현대사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JBL에 대한 책을 쓰게 됐죠.”

미국의 대표적 스피커 브랜드 JBL을 다룬 책 ‘사운드 오브 재즈: JBL 스토리’를 최근 펴낸 이종학씨는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서울국제오디오쇼 행사장에서 책을 쓰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명 오디오평론가이자 재즈평론가인 그는 이날 한 오디오 브랜드의 시연 행사를 진행했다.

‘JBL 스토리’는 특정 오디오 브랜드만을 다루는, 국내에는 흔치 않는 전문 서적이다. 주로 오디오 마니아를 타깃 독자로 삼은 책이지만 JBL의 역사를 다룬 부분은 오디오에 별 관심이 없는 독자라도 흥미롭게 읽을 만하다. 한 오디오 브랜드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미국 오디오 산업이 정치 집회, 대중음악 및 영화관 산업과 어떻게 관련을 맺으며 성장했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인테리어 부문에서 유행인 ‘미드 센추리 모던(20세기 중반 미국에서 유행한 인테리어 스타일)’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JBL을 흡수한 하만카돈을 2016년 삼성전자가 인수했으니 우리와도 꽤 가까운 브랜드라 할 수 있다.

“JBL보다 기술력이 더 높은 하이엔드(고품질) 브랜드도 있지만 JBL은 기술만 가지고 논하기엔 너무 큰 브랜드입니다. 미국 사회에 끼친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에 문화사적 접근이 필요했어요. 음악적으로 봤을 땐 대중음악 장르 중 가장 엘리트적 위치로 간 재즈를 가장 잘 표현해낸 스피커였죠. (1960년대 미국에서 일었던 반전운동인) 플라워 무브먼트에서도 (정치적 목소리와 히피들의 음악이 퍼져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요.”

JBL은 창업자 제임스 벌로 랜싱의 앞 글자를 딴 사명이다. 랜싱의 이름은 한때 랜싱이 경영하던 랜싱 매뉴팩처링의 경쟁사였던 알텍 랜싱에도 들어가 있다. 랜싱 매뉴팩처링이 경영난에 허덕였을 때 알텍에 인수, 합병되면서 붙은 이름이다. 랜싱은 5년 뒤 독립해 JBL을 세웠으나 막대한 채무에 시달리다 창업 3년 만에 생을 마감했다.

책에는 JBL 역사에 이어 JBL이 생산했던 대표적 스피커 시스템, JBL 엔지니어 인터뷰, JBL 스피커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일본의 유명 재즈 카페 탐방기도 담았다. 이씨는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스피커 브랜드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다”면서 “1950, 60년대 음악을 중심으로 미국 역사를 다룬 책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운드 오브 재즈: JBL 스토리' 안나푸르나 발행


평론가이기 전에 그는 충무로에서 잘나가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이장호 감독의 ‘미스 코뿔소, 미스터 코란도’(1989), 강수연 손창민 주연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90) 등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제작자와 감독이 시키는 대로 고치고 또 고치는 데 지쳐서” 소설가로 변신해 ‘죽은 여인이 보낸 키스’(1993) 등 세 편의 추리소설을 펴냈다.

이씨는 최근 ‘JBL 스토리’와 함께 추리소설 ‘재즈 느와르 인 도쿄’를 출간하기도 했다. 거의 20년 만에 낸 소설로 한국인 대학 교수가 일본 도쿄의 환락가 가부키초에 발을 디디면서 겪은 사건과 함께 일본 사회의 이면을 그린다. 그는 “여행에 빠져 20년간 소설을 쓰지 않았는데 코로나19로 발이 묶이면서 ‘하늘이 준 기회’라 생각하고 다시 소설을 쓰게 됐다”며 “1980년대 초 서울 이태원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소설, 코로나19를 소재로 한 소설도 곧 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